여러 증권사에 흩어진 해외주식, 순자산 한 번에 보기

브로커마다 따로 노는 잔고를 합치려다 결국 스프레드시트를 직접 만들게 되는 이유와, 통화·중복·집중도까지 한 번에 계산하는 다른 방법이에요.

계좌가 세 개쯤 되면 다들 같은 곳에 도착해요. 스프레드시트예요.
한 곳은 오래 쓴 국내 증권사, 한 곳은 수수료가 싸서 옮긴 곳, 한 곳은 스톡옵션이 들어 있는 회사 계정. 각각의 앱은 자기 계좌 안에서만 정확해요. 셋을 더한 숫자를 보여주는 화면은 어디에도 없고요.
직접 만든 시트는 잘 굴러가요. 처음 몇 달은요. 무너지는 건 대개 네 군데예요.
첫째, 내보내기 형식이 다 달라요. 어떤 브로커는 CSV를 주고, 어떤 곳은 PDF만 주고, 어떤 곳은 화면에 표로만 보여줘요. 한 곳이 컬럼 순서를 바꾸면 시트가 조용히 틀린 값을 계산해요.
둘째, 통화가 섞여요. 미국 주식은 달러로 사고 생활은 원화로 해요. 시트에 오늘 환율 하나를 박아두면 취득가가 오늘 환율로 재계산돼서, 실제로는 없었던 수익이 생기거나 사라져요. 정확하게 하려면 거래 하나하나에 그날의 환율이 붙어 있어야 해요.
셋째, 같은 종목이 여러 계좌에 나뉘어 있어요. A 증권사에 애플 10주, B 증권사에 애플 5주면 실제 노출은 15주예요. 계좌별로 보면 각각 작아 보여서 집중도가 실제보다 낮게 느껴져요.
넷째, 계좌가 아니라 종목이 단위예요. "S&P 500 ETF가 두 계좌에 있고, 그 안에 이미 엔비디아가 들어 있고, 개별 종목으로도 엔비디아를 들고 있다"는 사실은 계좌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안 보여요.
앞의 둘은 부지런하면 버텨요. 뒤의 둘은 부지런함으로 못 넘어요. 계산을 다시 해야 하거든요.
브로커 단위로 화면을 나누지 않는 게 출발점이에요.
Opula는 계좌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요. 거래만 있어요. "2023년 3월에 애플 10주를 주당 165달러에 샀다"가 한 줄이고, 그게 어느 증권사였는지는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보유 종목은 거래를 합산해서 매번 새로 만들어져요. 애플이 두 계좌에 나뉘어 있으면 그냥 15주 한 줄로 나와요.
통화는 두 번 갈아끼워요. 넣을 때는 그 거래일의 환율로 한 통화에 맞춰 저장하고, 볼 때는 원하는 통화로 다시 바꿔요. 오늘 환율로 옛날 취득가를 재계산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안 일어나요.
기록하는 건 말로 해요. 화면에 뜬 잔고를 그대로 읽어주면 되고, CSV를 붙여넣어도 돼요.
"미래에셋에 애플 10주, 키움에 애플 5주, 그리고 나스닥 ETF 20주 있어"
합산된 순자산 자체는 사실 한 줄짜리 숫자예요. 값이 있는 건 그다음이에요.
  • 집중도 — 한 종목이 전체의 몇 퍼센트인지. HHI와 유효 종목 수로도 나와요. "20종목 갖고 있는데 실질은 4종목짜리"인 상황이 여기서 드러나요
  • ETF 중복 노출 — 개별 종목과 ETF 안의 같은 종목이 겹치는 부분
  • 상관관계 — 90일 상관계수. 분산했다고 믿은 종목들이 같이 움직이고 있는지
  • 통화 노출 — 자산의 몇 퍼센트가 달러에 걸려 있는지
전부 계좌 경계를 지운 다음에만 계산되는 값들이에요.
이건 미리 말해두는 게 맞겠어요. Opula는 증권사에 자동으로 붙지 않아요. 기록은 직접 하는 거예요.
대신 얻는 게 있어요. 연동되는 계좌만 다룰 수 있다는 제약이 없어요. 한국 증권사, 실물 금, 전세 보증금, 비상장 지분처럼 연동 대상이 아예 아닌 것들이 같은 순자산 안에 들어와요. 자동 연동 서비스에서 제일 큰 자산이 빠져 있는 이유가 대개 이거예요.
거래를 한 번 넣고 나면 그다음부터 손 볼 게 별로 없어요. 시세는 알아서 갱신되고, 사고팔 때만 한 줄 추가하면 돼요.
계좌를 합치는 일의 어려운 부분은 덧셈이 아니에요. 통화, 중복, 그리고 계좌 경계 때문에 안 보이던 집중도예요. 스프레드시트가 무너지는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고요.